2008년 12월 23일
70cm
- 꽤나 깊다; -


 첫눈이 왔다. 언제나처럼 힘차게 내리고 금방 사르륵 녹아버릴 줄 알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이게 무슨 일이람. (웃음) 요즘 주변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살아서 폭설주의보가 내린지도 모르고 있었더랬다. 이상하게 하얀 창문이 묘하길래 밖에 나가보니 세상은 온통 눈으로 말 그대로 덮여 있었다. 늦게까지 눈이 오는 지역이긴 해도 첫눈에 이렇게 많이 쌓인적은 드물었는데 오랜만에 내 허벅지까지 쌓인 눈들을 보니 어쩐지 반갑기도 하다가 곧 이 것들이 얼어버려 길 다니기 힘들 생각하니 미워지기도 하고 그냥 미운 네살 동생을 돌보게 된 심정이 들었달까. 하하- 오라버니는 출타중이신지라 집에서 제일 어린 내가 삽을 들고 집 앞 눈을 치우게 되었다. 열심히 삽질(...)을 하다가 어린 시절처럼 한움큼 집어서 먹어보기도 하고, 금방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깊게 쌓인 눈 속에 마치 러브레터의 한 장면처럼 털썩 누워서 시린 하늘을 멍하게 바라봤다. - 동네 어르신들의 눈초리에 곧 일어나야 하긴 했지만…- 
 
 아, 눈이란 거 정말 좋다. 녹으면 진창이 되버리는 골칫거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눈이 내리는 것,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쌓이는 것, 발 밑에서 뽀득뽀득 밟히는 것…, 특히 집 앞 바다에서, 내린 눈이 바닷물에 내려 앉자 마자 물과 서로 얽히는 모습이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류의 감동인 것이다. 배 위에 앉은 눈은 배를 가라앉게 만들어서 어부들에게는 정말 육시할 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바닷가 항구에 내린 눈들은 산에 쌓인 눈 풍경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뱃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달라붙은 눈자락, 그물 틈새로 파고들은 것, 판장에서 일 하시고 계시는 동네 어른들의 어깨에 기댄 것, 바다 가운데에 있는 등대 주변에 둘러앉은 것들 모두 지겹지 않은 풍경들이다. 도시에 살지 않는 게 불편할 때가 많긴 하지만 이런 것들을 대신 곁에 놓고 살 수 있다면 그닥 시골에 사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직접 눈을 느껴서 그런지 많이 행복했다. 대신 아버지가 일하시던 배가 가라앉아서 한동안 용돈 얘기는 못꺼낼 듯 하지만… 크으. 이런 저런 소소한 얘기를 하면서 함께 눈 내린 방파제를 걷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동네 친구는 벌써 취업 준비하느라 바빠 집에도 오질 않고, 어머니는 요즘 새로 사귄 친구분과의 교류로 신이 나신 듯하고, 아버지는 나와는 너무 코드가 달라 마음껏 재잘거릴 수가 없다. 누구 시골처자와 같이 시골풍경을 즐기실 분 안계시려나? 하하하.


- 앗, 그러고 보니 실컷 바다풍경을 떠들어놓곤, 바다를 안 찍었다… -
by 킴고냉이 | 2008/12/23 19:51 | 트랙백 | 덧글(6)
2008년 12월 09일
무서운노래
갑자기, 나도 가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don't wanna be with you라는 말을 외치는 것 같잖아 너네..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란 말야- 으응?
by 킴고냉이 | 2008/12/09 02:48 | 트랙백 | 덧글(5)
2008년 12월 08일
일기
멍청한 말이지만,
누가 휙하고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던져 놓고 갔으면 좋겠다.
사람을 만나고 내가 그 사람 마음에 들도록 관계를 만들어가는 건
정말 너무나 어려운 일이니까.
by 킴고냉이 | 2008/12/08 22:27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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